토론을 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를 꼽으라면 단연 유시민입니다. 일단 유시민의 장점을 짚어보죠.
1. 빠르다.
2. 자료 준비가 깊고 넓다.
3. 순발력이 좋다.
이 세가지는 훈련을 통해 얻어 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빠른 독해력과 흐름을 읽어 내는 두뇌, 방대한 자료에서 핵심만을 추려 준비할 수 있는 능력, 토론의 흐름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 유시민 정도의 타고난 두뇌 수준이 아니면 일단 전문적 지식이 더 나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토론에서 유시민을 상대하기란 벅찹니다. 전문적 지식이라 하더라도 <일관된 지식의 토대를 구축하는 맥락>은 동일하기 때문이죠.
물론 전여옥같이 상대의 룰대로 따라주지 않고 독자적인 토론의 물꼬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또한 전여옥같은 토론법도 실상 상대하기 까다로운 논쟁법이기도해요. 전여옥이 유시민의 <천적>이란 소리는 그런 의미에서 틀리지 않는 말입니다.
토론의 우세는 먼저 어떤 대화법으로 진행할 것인가에 의해 반은 이미 결정이 납니다. 공산주의자들이 회담의 본질 보다는 형식, 의제, 진행방식에 집착해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죠.
그러나, 유시민식 논쟁법의 <치명적 위험>은 위에 제시한 능력 이상의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유시민은 <70% 타협>을 강요하지만, 상대방은 <100% 타협>을 강요한다는거죠. 다른 말로 유시민은 <70%의 승리>를 상대에게 주려하지만, 상대방은 <100%의 승리>를 얻으려 한다는 겁니다.
슬슬 유시민은 <공작>을 펴기 시작합니다. "살살하시죠.", "다 알면서 왜 그런 말씀을...", "우리가 인정 할 것은 인정하고 가야죠.",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현실적인 대안도 생각하셔야죠." 이 표현에 어리석은 상대방은 아무런 의심없이 속아버려요.
그럼 상대방은 긴장을 풀고 적극적으로 나서게되지요. "아, 드디어 유시민이 타협으로 나오는군.", "여기서 더 밀어 붙이면 입막음을 할 수 있겠는데?", "그러면 그렇지, 전문 지식을 당할 수가 있나." 허나 이게 화근이 돼서 유시민에게 철저하게 말려버립니다. 일단 유시민은 정식으로 나가기 전에 상대 페이스로 신나게 놀아줍니다. 유시민의 초, 중반 토론을 보면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거죠. "아, 저 사람 결국 알맹이는 없고 그저 입만 놀리는 것 아냐?"
판세가 이렇게 정리 되면, 유시민은 전장을 광범위하게 넓혀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고 <소모전>으로 끌고 간 후, 상대가 승기를 잡아 본진으로 몰려 들어 오면 그 때 숨겨둔 복병을 일거에 투입해 제압해버리는 방식을 취합니다. 즉, 상대가 유시민의 논리를 제압하기 위해 모든 전력을 소모해 유시민을 압도해 무력화시켰다고 판단하는 순간, 유시민은 남겨둔 30%의 전력으로 상대의 급소를 찔러 죽이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유시민식 논쟁법의 <요체>입니다.
이러한 유시민식 함정 토론을 벗어난 몇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결국 유시민의 30% 공격에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이죠. 이 경우, 말문이 막히는 경우는 반대로 유시민 쪽이고, 이 경우 유시민은 그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집니다. 유시민식 논쟁법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리는 토론인데, 유시민식 함정 토론이 상대에 의해 논파되면 결국 당하는 쪽은 유시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유시민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고, 유시민식 토론법을 배우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유시민식 토론법은 기본적인 능력이 타고나야 할 수 있는 것이지, 배운다고 배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유시민식 논쟁법을 들먹이는 이유는 많은 우민분들이 유시민의 토론을 보면서 그 진수를 알지 못한 채, 겉만 이해해 섣불리 그의 <흉내>를 내려함을 경고하기 위해서입니다.
논쟁의 흐름과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팩트만 들이대고 그것으로 자기가 우세하다고 믿는 우민분들의 무모한 논쟁법은 모두 유시민식 논쟁법의 흉내내기에서 나온 것이지요. 난 그게 염려스러워요. 흡수하지도 못할 것을 어설픈 방식으로 재현해내려는 우민분들의 그 <얼치기>같음이.


덧글
레디오스 2007/10/26 17:31 # 답글
유시민씨에 대하여 '단기 순발력은 있으나 장기 인내력이 부족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논쟁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오히려 그런 식은 노무현 대통령이 더 능숙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논쟁이라는 것에 대하여 인지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유시민식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뭘 해도 안된다'라고 생각합니다. 맥을 짚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그나마 논쟁할 상대에게서 나올 모든 가정들을 암기하는 게 유일한 대처법이겠죠.
친한척 2007/10/26 18:27 # 답글
저는 유시민 씨의 논쟁 방식이 승리를 하건 말건 어쨌건 짜증나요(...). 특히 '30% 전력 투입할 때' 보고 있으면 침 안 튀나 멍하니 쳐다보게 됩니다.